본문 바로가기

일본 × 日本/일본 경제 × 日本の経済

[사나에노믹스와 한국경제] 1 - 슈퍼 엔저에 한국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본 글은, 2025년 10월 27일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련 기사는 말미에 추가해 두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의 많은 참고 바랍니다. 

 

질의 1. 다케이치노믹스는 아베노믹스보다 더 과감한 금융완화를 예고했습니다. 현재의 ‘슈퍼 엔저’ 현상이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십니까?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와 한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까?

 

일본의 새로운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주목할 정책 6가지 - 순서대로 1. 방위력 및 외교력 강화, 2. 새로운 에너지 자원 개발, 3. 국가규모의 AI 사업 확대, 4. 노후화 인프라 개선 및 방재산업, 5. 국내 의약품 개발 촉진, 6. 사이버 보안 정책 강화.

 


1. 슈퍼 엔저의 딜레마: 일본 경제의 양날의 검과 한국의 과제

 1.1. 약한 엔화가 만든 긍정의 착시: 번영의 외피 속에 가려진 현실

  역사적으로 엔저(円低) 현상은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요인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의 슈퍼 엔저현상 역시 기록적인 엔화 약세를 바탕으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수출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배경이 되었다. 예를 들어, 도요타자동차는 2023년 사업연도(2023.4~2024.3)에 영업이익 5조 3,529억 엔(약 47조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96.4% 급증한 수치이며, 일본 기업 역사상 최초로 5조 엔의 영업이익을 돌파한 기록이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의 배경으로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견조한 판매가 자리잡고 있으나, 무엇보다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가 핵심 동력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모습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했던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 즉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이 의도했던 효과와 일견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일본 경제 전반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위험한 시각이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일본의 경제 구조는 크게 변화했다. 다수의 일본 대기업들은 이미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여, 엔저가 국내 고용이나 설비투자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현저히 약화되었다. 엔저로 인한 이익은 일부 대기업과 관광업 등 특정 부문에 국한될 뿐, 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슈퍼 엔저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 체질 개선 없이 환율 효과에 기댄 반쪽짜리 성공에 가깝다.

 

표 1: 엔저(円低)의 양면성: 주요 경제 지표 비교

지표 (Indicator) 2023-2024년 데이터 (Data) 엔저의 영향 (Impact of Weak Yen)
도요타 영업이익 (Toyota OP) 5조 3,529억 엔 (사상 최대) 긍정적영향: 환차익으로 인한 이익 극대화
수입물가지수 (Import Price Index) 2024년 초 오름세 확대 (2024년 +2.4%) 부정적영향: 엔화 기준 결제 비용 급증
소비자물가(CPI) 전망 (CPI Forecast) 2024년도 2.7%로 상향 조정 부정적영향: 수입물가 상승의 소비자 전가

1.2. 숨겨진 비용: ‘스크루플레이션과 가계 구매력의 잠식

  슈퍼 엔저의 이면에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장기화된 엔화 약세는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고, 이는 고스란히 최종 소비재 가격에 전가되어 일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심각하게 잠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현상은,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초과하여 중산층의 삶을 쥐어짜는 고통을 의미한다.

 

  실제로 2024년 춘투(春鬪)에서 33년 만의 최고치인 5%가 넘는 역사적인 임금 인상률이 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 임금은 수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 변동을 고려한 일본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2024년 4월까지 2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는데, 이는 2007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23개월 연속 하락했던 종전의 최장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물론 2024년 6월, 춘투 결과(주로 보너스)가 일부 반영되면서 실질임금이 전년 동월 대비 1.1% 증가하며 27개월 만에 '반짝' 플러스로 전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 요인에 기인한 것이었으며, 같은 6월의 다른 집계(TradingEconomics)에서는 여전히 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구조적인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일시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은 2024년 8월부터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11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11월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0.3% 줄어들었다. 이는 일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며, 일부 분기에서는 일본 경제를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끄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과제 해결 없이 금융완화에만 의존한 경기 부양책이 가진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슈퍼 엔저 현상은 일본 경제의 구조적 건강성 측면에서 긍정보다는 부정이 훨씬 큰, 양날의 검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림1. 일본의 일본 물가상승률 vs 임금상승률

 

1.3.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변동성 확대와 경쟁 압력 심화

  일본은행(BOJ)이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며 촉발된 슈퍼 엔저 현상은 한국 경제에 두 가지 경로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째, -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둘째, 더욱 중요한 것은 자동차, 반도체, 화학, 철강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한국 수출 기업들이 막대한 가격 경쟁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엔고(円高) 시기에는 이들 한국 기업이 상대적 수혜를 입었지만, 슈퍼 엔저 국면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 자동차: 일본 기업과의 직접적인 경합 품목으로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
  • 철강: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산 저가 철강재의 국내 수입이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3년 일본산 철강재 수입은 이미 561만 톤에 달했으며, 이는 2023년 한국의 전체 수입 철강재 중 중국산과 함께 92%를 차지하는 비중
  • 조선, 석유제품, 전기·전자: 한국무역협회는 이들 주력 산업 역시 엔저로 인해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실적 악화를 넘어 한국의 무역수지 및 전반적인 거시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기술 수준이 유사한 범용 제품군에서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제품과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 한국, 일본, 중국 기업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세 나라 통화가 유사하게 움직이는 '동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일·중의 유사한 산업과 수출 구조를 고려하면 3국 통화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엔화가 약세로 질주할 때, 원화 역시 약세 압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동조화 현상은 한국의 정책 당국을 딜레마에 빠뜨린다. 엔저에 따른 한국 기업의 수출 타격을 막기 위해서는 원화가 엔화를 따라 절하되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는 압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적 평가절하' 또는 '근린궁핍화(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은, 한국 역시 엔저가 일본 가계에 가했던 '수입물가 급등'과 '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그대로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근린궁핍화'의 덫은 한국 경제에 일본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첫째, 인플레이션 취약성이다. 일본은 30년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탈출을 목표로 했기에,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고통스럽긴 해도 정책적 명분이 일부 있다. 반면, 한국은 이미 '고물가'로 심각한 내수 부진을 겪고 있다. KDI는 고물가로 인한 실질구매력 정체가 이미 민간소비 부진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원화 약세를 용인하면 수입물가가 재차 급등하여 한국의 민생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둘째, 금융 안정성 취약성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 순채권국이며 엔화는 기축통화에 준하는 안전 자산이다. 반면, 원화는 그렇지 않다.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외국인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울 수 있다. 한국은행이 "필요시 시장 안정 조치"를 거론하는 것은 이러한 근본적인 취약성을 방증한다.

 

1.4. 한국의 대응 전략: 생산성 향상과 전략적 차별화

  이러한 도전에 직면하여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악의 수는 엔저에 대응하기 위한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적인 원화 평가절하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는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실질 소득을 감소시켜 일본이 겪고 있는 고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자멸적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은 단기적인 환율 방어와 장기적인 산업 체질 개선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의 급격한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미세조정을 통해 변동성을 관리하고,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으로 과도하게 전이되지 않도록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해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일본의 사례는 환율이라는 외생 변수에 의존하는 성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은 연구개발(R&D) 및 인적 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일본과의 경쟁에서 가격이 아닌 기술력, 품질, 브랜드 가치로 승부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는 일본이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과제를 우리가 먼저 풀어내는 길이기도 하다.

 

 

  산업연구원은 R&D 전략을 '시스템 구축' 중심에서 '생산성 향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해법은 '산·학·연·관'의 연계 강화이다. 「기술혁신 프론티어 포럼」 발족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기업 친화적 R&D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가 기업의 상용화로 신속하게 연결되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극복하는 것이, 엔저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장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표 2: 한국 R&D의 현주소: '규모'와 '생산성'의 격차

지표 (Indicator) 한국 순위/현황 (Korea's Status) 문제점 (Problem)
국가 R&D 투자 규모 세계 5위 (강점)
SCI 논문 / PCT 특허 12위 / 4위 (양호)
R&D 생산성 '공공 R&D 패러독스' 비판 (약점) 투입 대비 성과 부진
잠재성장률 OECD 중 가장 빠른 하락세 (결과) 생산성 저하로 인한 성장 정체

 

1.5. 한국의 대응 전략생산성 향상과 전략적 차별화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현상은, 슈퍼 엔저가 단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에 고통을 주지만 정치적으로는 포기하기 어려운 정책이 되어버리는 일종의 정책의 덫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금융완화는 주가 상승이나 일부 수출 대기업의 실적 개선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력적이다. 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서민들의 실질소득 감소라는 고통은 분산되어 있어 정치적 저항이 즉각적으로 조직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구조개혁이라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 대신 금융완화라는 손쉬운 길에 계속 의존하게 된다. 금리를 인상하여 엔저를 막을 경우, 당장 주가가 하락하고 수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는 더 가시적인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기적인 정치적 유인이 장기적인 경제 합리성을 압도하는 현상은, 한국이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더 과감한 아베노믹스’의 딜레마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더 과감한 아베노믹스’의 딜레마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더 과감한 아베노믹스’의 딜레마 금융 완화 vs 적극 재정 충돌 사나에노믹스의 청사진은 ‘더욱 대담하고 강력해진 아베노믹스’로 요약된다. 10년 전 아베노믹스가 풀어야 했던 숙제는 ‘디

www.mk.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