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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긴급사태선언 초읽기. '긴급사태선언緊急事態宣言'이란 무엇인가? 원인과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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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자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미래문화콘텐츠연구소장

김 유 영

 

 

아베 총리, 긴급사태선언 초읽기 돌입.

  4월 6일 8시 현재 일본의 코로나19의 감염자 수는 전날과 비교해 383명이 증가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수도 도쿄를 중심으로 감염자수가 급증하고 있다(4월 5일 현재 143명 확진, 1일 최다 증가세 기록. 현재 도쿄도내 감염자수 1000명 돌파). 이에 도쿄 도지사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는 경악할 수치라고 언급하며 정부에 긴급사태선언(緊急事態宣言)을 요청하는 한편 도민들에게 대외활동 자숙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연일 발표하고 있다.

 

4월 6일 8시 현재 일본 후생노동성발표,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및 사망자 수(크루즈 선에서의 발병은 하단에 추가)

 

  대내외의 유식자 및 전문가들로부터 대대적인 코로나19에 대한 PCR검사의 촉구 및 전면대응 요구에도 묵묵부답, 오직 올림픽과 다음 선거 그리고 헌법 개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던 아베安倍총리도 더 이상 이와 같은 사태를 견딜 수 없어, 드디어 4월 6일 현재 '긴급사태선언緊急事態宣言'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본의 '긴급사태선언緊急事態宣言'이란 무엇일까? 듣기로 엄청난 조치를 실행할 것만 같고 무언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말인데, 이에 관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긴급사태선언은 우선 일본 수상이 '정부대책본부'를 세우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미 4월 6일 현재 설치 완료된 상태이다. 그리고 정부가 '긴급사태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상이 구역과 기간을 정해 '긴급사태선언'을 하는 것으로 성립된다.
이때, '긴급사태요건'이라는 것은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에 눈에 띄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전국적으로 그리고 급속한 속도로 사태가 퍼져 국민생활이나 경제에 진대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긴급사태선언으로 나타나는 정책의 간략 설명

 

  이러한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되면 일본의 도도부현의 지사 등 각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1. 주민에게 외출자숙 요청
  2. 휴교 등의 요청 및 지시
  3. 대규모시설의 사용자제 요청 및 지시, 이벤트 개최 제한이나 중지 요청 및 지시
  4. 임시 의료시설 설치를 위해 토지나 주택을 사용하여 의약품 등의 판매 및 배포 요청 및 수용(收用 : 공익사업을 위해 특정 소유자의 권리나 건물 등 재산을 공적 재산으로 강제하는 것. 동의 없이 가능)
  5. 예방접종 실시 지시

 

  그런데 이와 같은 일련의 일본의 긴급사태선언관련 흐름을 보자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1) 우선, 어째서 수상이 긴급사태선언을 공표하면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름으로 구체적인 실시안이 결정 및 수행되는가?

 

  일본 정부는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의 2중 체크를 통해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지자체장의 의지나 능력 등에 따라 크게 지역별 정책의 속도 및 정도 그리고 효율이 변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지금도 손발이 맞지 않아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긴급사태선언의 요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구가 매우 애매하다. 법안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며 모호한 표현으로 가득해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선언 시기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다분히 수상의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멋대로 공표되거나, 지역에는 매우 필요함에도 불가하고 공표되지 않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피해에 대한 면죄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리더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리더가 책임을 지지 않는,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한 일본 정부의 전형적인 '알리바이 만들기', '도망칠 구멍 만들기'와 같은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2) 이미 외출 및 이벤트 등의 자제 요청은 나와 있는 상태인데, 다시금 긴급사태선언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큰 차이는 '법적근거'에 기반하여 '외출 및 이벤트 자제 요청'이라는 점이 다르다. 법적근거? 그렇다. 법적근거가 있는 자제 요청이라는 것으로 어디까지나 처벌근거는 없다. 정부에 대한 질의를 기반으로 알아보자면, '법적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보다 무겁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일 뿐, 처벌조항도 없으며, 어디까지나 자제요청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은 부분도 아직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크게 오판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3) 일본의 긴급사태선언이 과연 코로나19에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있을까?

 

  아래 일본의 감염자 수의 증가 그래프를 통한 추이를 살펴보자면 전형적인 폭발 직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긴급사태선언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애매하고 명확하지 않은 문구로 가득 채워져 있어 도대체 정확히 무엇을 하면 되는지 세안이 정해져 있지 않다. 마치 '할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와 같은 수준으로, 우선 감염여부를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종래의 자세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미 무증상자의 숫자는 일본정부의 예측을 훨씬 상회하고 있을 것이지만, 올림픽 개최를 위한 감염자 숫자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인 탓에 조기 검사체계를 만들지 못했고, 이와 같은 실책을 감추기 위해 '감염자 수가 폭증하면 의료기관의 부하가 걸려 누구도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며(의료 붕괴), 대대적인 PCR검사 때문에 검사받는 과정에서 집단 발병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한국과 독일을 통해 검사를 통한 대규모 발병이 없다는 것은 이미 검증 완료)로 우물쭈물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 없이는 긴급사태선언은 고작 일단 할 일은 다 했다와 같은 책임회피 이외에는 어떤 기능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내 및 해외 감염사 수 변화 추이


(4) 긴급사태선언 이후 상황이 악화되면 그 다음은 어떤 대책이 있는가?

 

현재로서는 없다.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선언을 해야 함에도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긴급사태선언이 현재 일본 정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그리고 강력한 정책이면서도, 정작 구체안을 담고 있지 않으며, 그리고 그 다음 만약의 사태에 대한 정책 혹은 준비 및 대책 등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제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느리다. 너무나도 느리다. 현 상황에 전혀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
  대표적으로 현재 도쿄의 감염자를 위한 병상은 2020년 4월 6일 현재 고작 750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중에서 이미 628개의 병상이 환자로 메워져 있다. 도쿄도지사는 오늘 4월 6일 내일까지 1000개 병상을 확충하겠다고 그리고 무증상자는 호텔로 수용하는 방안을 이제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일본에는 PCR 검사 키트를 제조하는 업체가 없다(일본의 Sysmex사가 일본 최초로 RT-PCR법 검사키트를 개발,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품의 실체는 아직이며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는지도 불분명). 의사 및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에서 수입한 샘플이 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이며, 따라서 일본 정부와 미디어는 연일 A형 신종 인플루엔자(H1N1) 치료제 ‘아비간(성분명 파비피라비르, 후지필름도야마화학이 개발한 신종플루 치료제)’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언급할 뿐으로, PCR검사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아비간의 경우, 초기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몇몇 사례에서 결과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임산부에게는 태아에 기형이 나타날 수 있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리고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서면 답변을 통해 “네이처에 나온 근거 논문을 보면 시험관에서 코로나19의 억제 효과가 없다. 이 약물을 코로나19 환자에게 임상 시험한 데이터도 아직 없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그룹에서도 코로나19 후보 치료제 리스트에 포함돼있지 않았다”라며 “코로나19에 대해 어떤 항바이러스제도 임상시험 제3상을 통과해 효과가 입증된 약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안타깝지만,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일본의 의료붕괴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운 좋게 코로나19의 감염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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