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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 日本/일본 경제 × 日本の経済

일본 전자기업의 상징-도시바의 상장폐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시바;東芝;TOSHIBA

 
  도시바는 일본에서는 냉장기, 세탁기, 청소기 등의 가전제품을 최초로 일본 독자기술로 생산한 최초의 기업으로, 한국에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명실상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이다. 그런 도시바가 2023년 12월 20일부로 상장 폐지되었다.
 

도시바의 TV 생산현장 모습

 

도시바의 세계 최초의 HD DVD 레코더

 
  창업 148년 역사를 가진 종합 전기 메이커였던 도시바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이는 무엇을 의미하고 앞으로의 전망은 무엇일까?
 

주식회사 도시바 임시주주총회

 
  기업의 상장폐지라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우선 '파산'을 떠올리기 쉽지만, 상장기업이 상장을 폐지하고 주식 공개를 중단하는 이유에는 파산뿐만 아니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재건하여 차후 재상장하여 가치를 재고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도시바의 경우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찌 보면 도시바의 상장폐지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자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으며 필자는 도시바의 전망 또한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1945년에 상장된 이래 자동차 산업과 함께 일본의 기간산업을 구성하던 종합 전기 메이커였던 도시바는 2000년을 전후하여 실적이 급격히 악화, 이를 만회하고자 2006년 미국의 원전 대기업 웨스팅 하우스를 인수하여 원자력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자 한다는 사운을 건 일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결국 웨스팅 하우스의 파산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대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된다. 2018년에 무려 79억달러(당시 환율로 9,000억 이상)를 지불한 웨스팅 하우스를 불과 1달러에 토해내게 된 것이다. 게다가 2015년에는 이와 같은 패착에 의한 손실을 감추기 위해 회계 부정을 저질러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손상을 입는 등 악재가 거듭되어 2017년에는 다수의 해외펀드로부터 수혈을 받아 6,000억 엔의 증자를 실시하여 간신히 급한 불을 끄게 된다.
 

미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건설 중인 보글 원자력발전소 3, 4호기 건설현장(2013년)

 
  그러나 증자 이후 도시바는 이전에 없던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고자 하는 주주들 등장으로 회계 부정에 대한 문제시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등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의 요구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이번 도시바의 상장폐지의 진짜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도시바의 경영진은 경영 재건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주주들의 개입이 경영의 자율성을 해쳐 과감한 의사결정을 불가능하게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의 도시바의 상장폐지는 경영방침을 두고 해외 펀드의 주주들과의 대립하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 경영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것인데, 이를 위해 일본 내 기업의 연합인 일본산업파트너즈(JIP)의 2조엔의 출자를 통해 JIP의 완전 자회사가 되었다.
 

일본산업파트너즈(JIP)의 도시바 매수 구조

 
  그러나 주식회사로서 도시바의 이와 같은 행태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해외 펀드와 해외 주주의 입김이 없어진다고 해서 이것이 과연 도시바의 경영 재건으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부분도 큰 의문으로 남는다.
 
  우선 주식이란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하나의 상품이고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따라서 상장 기업은 투명한 경영 정보 공개와 적법한 경영을 통한 주주 가치의 향상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일본의 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이 대부분인 까닭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상장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주주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회피라고 하는 구태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대표격 기업이 바로 도시바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상장'이라는 것을 단지 명예나 발언권의 증대, 혹은 기업 이미지 향상을 통한 채용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 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주주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회피, 의무 이행 소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도시바는 국내 기업만으로 구성된 일본산업파트너즈(JIP)의 자회사가 되는 것을 통해, 상장 기업으로서 적법한 주주들의 의견 혹은 지적 그리고 질문 등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한 채, 과거의 회계부정과 같은 구태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컴플라이언스 강화라고 하는 과제로부터 도피를 선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주주에 대한 배신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도시바가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주들과의 대립을 경영의 장애물로만 보아 의견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끊임없이 설명하고 대답하여 설득하는 끈질긴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본다. 이번 상장폐지는 설령 도시바의 경영이 정상화되어 재상장 한다고 하더라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도시바는 반대 의견을 가진 주주가 있다면 언제고 상장폐지를 할 수 있는 기업으로 각인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주주와의 관계 설정은 도시바뿐만 아니라 일본 상장 기업 전체가 안고 있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시바의 경영 참사는 부적절한 기업 지배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 과거 해외 펀드의 투자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게 하는 등 마치 일본의 성역처럼 다루어지는 것이 과보호를 낳고 이러한 과보호 속에서 독단적인 지배구조에 의해 괴의한 경영 판단을 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주주들과의 대립이 있었다고는 하나 2021년 회사를 3개사로 분할한다고 하는 계획을 발표한 지 몇 개월 후 이를 철회하고 2분할 한다는 발표를 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거듭해 온 역대 경영진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현 시마다 타로(島田太郎) 도시바 사장을 유임시킨 상태에서 국내기업만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도시바의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시마다 타로(島田太郎) 도시바 CEO

 
  그리고 도시바는 재생 가능 에너지, 차세대 태양전지, 온실가스의 회수와 재이용 등 탈탄소 사업과 관련된 기술 그리고 AI와 반도체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 전무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성장성 또한 매우 어두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바 그룹의 목표

 
  지난 8년 간 TV, 헬스 케어, 메모리 사업 등을 모두 날려버린 현 상황 속에서 24년 3월 예상 매출 이익률(ROS)이 3%에 그치는 등 수익성 저하도 심각하며 비상장화에 따른 재무부담 또한 상당하다. 경영진의 보신, 그리고 기업의 연명에만 매달린 기업으로 전락할 것인지 여부는 그들 손에 달려 있겠으나, 결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 도시바의 이와 같은 도전의 성공 여부는 일본 기업들의 경영에 개입하고자 하는 주주에 대한 대응 방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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